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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해 썼습니다"... 30년 삼나무 숲 품은 '이곳'의 진가 | Coll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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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해 썼습니다"... 30년 삼나무 숲 품은 '이곳'의 진가

<저문강에 삽을 씻고>. 제목이 어딘가 낯설고도 시적인 느낌을 품고 있었다. 무슨 뜻일까 싶어 책장을 넘겼다. 책은 거창한 성공담이나 요리 이야기가 아니라, 이곳을 찾아온 손님에게 건네는 조용한 인사로 시작됐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책을 펼친 당신을 위해 썼습니다." 책에는 손님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것, 특히 "왜 식당 이름이 저문강인가요?"라는 물음에 진심으로 답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 잠시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소책자였지만, 몇 장의 글 속에는 손님을 대하는 이 식당의 태도와 철학이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책을 덮고 밖으로 나오자, 주인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레스토랑 안이 아니라 밖에서 손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피며, 어떻게 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저문강'의 주인인 최기봉(64)씨를 만났다. 주인이 직접 심은 나무가 만든 풍경 횡성호를 따라 이어진 섬강 길을 천천히 달리다 보면 강변 옆으로 조용히 자리한 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 한편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은 것은 울창한 삼나무 정원이었다. 하늘 높이 곧게 뻗은 삼나무들은 이곳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온 듯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 나무들은 지금의 주인공이 30여 년 전 직접 심어 가꿔온 것들이었다. "처음 심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잘 자랄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이 레스토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 된 것 같아요." 그는 삼나무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의 삶에서 시작된 '저문강' 이곳은 오래전부터 그의 부모님이 삶의 터전을 일구어온 공간이었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삽을 들고 밭으로 나가고, 해가 질 때까지 흙을 일구며 작물을 돌보는 날들이 반복됐다. 그렇게 하루의 긴 노동이 끝나면 부모님은 늘 섬강으로 내려가 흙 묻은 삽을 씻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른 뒤 이 자리에 가게를 짓게 되었을 때, 주인공의 동생은 문득 정희성 시인의 시 '저문강에 삽을 씻고'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가게 앞에는 여전히 섬강이 흐르고 있었고, 부모님의 삶과 노동, 그리고 하루 끝에 남겨진 고요한 풍경이 시 속 장면과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름을 고민했지만 결국 가족의 시간과 기억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말이 바로 그 한 문장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식당의 이름은 '저문강'이 되었다. 손님을 위한 저문강의 느린 배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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