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불법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하이트진로가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작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에서는 판결과 정반대되는 주장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은 원재료 매입 과정에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인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도록 요구한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번 주주대표소송에서는 "거래에 개입한 바 없다"며 기존 판결과 정반대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개혁연대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해 6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박태영 사장, 김인규 전 대표이사를 상대로 약 390억 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하이트진로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약9년 동안 총수 일가가 지분 99% 이상을 보유한 서영이앤티를 부당하게 지원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원고 쪽은 부당지원 방식으로 인력지원을 비롯해, 맥주용 공캔 거래, 알루미늄 코일 거래, 글라스락 캡 거래 등 네 가지를 지목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70억 원대 과징금까지 회사가 부담하게 되면서 주주 피해가 현실화됐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미등기임원 신분의 박문덕 회장이 장기간 대표이사보다 수십억 원 많은 보수를 받은 점도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올랐다. 대법원 유죄 판결까지 났는데도... "거래 관여한 바 없다" 부인한 총수 일가 피고 박문덕, 박태영은 하이트진로의 이사들에게 이 사건 글라스락 캡 거래를 포함하여 서영이앤티와 삼광글라스 사이 거래에 관하여 어떠한 업무를 지시한 적 이 없고, 직접 해당 업무를 집행한 적도 없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5일 입수한 피고 쪽 의견서와 원고 쪽 준비서면을 종합하면, 박 회장과 박 사장, 김 전 대표 쪽은 지난 1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문제가 된 4개 거래와 관련해 부당지원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과 박 사장은 하이트진로가 삼광글라스로부터 알루미늄 코일과 글라스락 캡을 구매하는 과정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겨준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 이사들에게 해당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고, 직접 업무를 집행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박 사장의 경우 글라스락 캡 거래와 관련해 "서영이앤티 임직원들과 단순히 논의한 사실이 있을 뿐"이라며 자신의 행위를 일반적인 업무 협의 수준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이는 대법원의 판결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대법원은 2024년 3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사장에게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사장이 김인규 당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에게 "삼광글라스로부터 하이트진로가 직접 공급받던 알루미늄 코일 거래 단계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달라"고 요구했고, 김 전 대표가 이를 승낙하면서 부당지원이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글라스락 캡 거래 역시 박 사장의 청탁과 요구에 따라 조직적으로 실행됐다는 것이 사법부의 결론이었다. 아울러 하이트진로가 직원을 서영이앤티에 파견하고 급여 약 5억449만 원을 대신 지급한 인력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피고 쪽은 부인했다. 박 회장 쪽은 "인력지원은 하이트진로 전 대표이사였던 김지현 사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지원 규모가 하이트진로 매출액에 비해 극히 미미해 그룹 총수인 박문덕 회장에게까지 보고될 사안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이 인사 관련 결재라인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사장 쪽도 "2012년 4월 하이트진로에 입사했기 때문에 인력지원을 지시하거나 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인규 전 대표 쪽 역시 "전임 대표이사 시절부터 계속돼 오던 소규모 인력지원 내지 계열회사 간 인력 교류"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원고 쪽은 "김인규 전 대표는 2011년 7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2015년 말까지 인력지원이 계속되는 동안 이를 방치했고, 박태영의 지시를 받아 더 적극적으로 인력지원 행위를 집행했다"고 반박했다. 형사판결 역시 김 전 대표의 가담을 인정했고, 이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실이라는 것이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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