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한국 보수 매체가 전시작전권(아래 전작권) 환수를 다룰 때 거의 빠지지 않는 인용이 있다. '미 의회의 반대', '공화당 강경파의 우려', '국방수권법의 봉쇄 조항'이 그것이다. 이런 인용은 한국 독자에게 두 가지 잘못된 인식을 심어 왔다. 전작권 환수가 미 의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미국 시민의 상당수가 환수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둘 다 사실이 아니다. 전작권 전환은 미 상원의 비준이 필요한 조약 변경이 아니라 한미 양국 행정부 간 합의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미군이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미국 시민은 극소수다. 만약 이 구조 때문에 미군이 의회 동의 없이도 한반도 분쟁에 자동 개입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절대다수가 그 구조에 반대할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 다수가 원하는 전작권 전환에 미국 시민 대다수도 찬성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 왜 이렇게 됐을까. 공론화로 잃을 것이 많은 세력이 강력하게 막아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비정상이 너무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차지해 왔다. 조약이 아니라 행정 약정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은 1953년 10월 1일 체결되고 1954년 1월 26일 미 상원이 비준한 정식 조약이다. 미국 헌법 제2조 제2항이 정한 절차, 즉 상원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거쳤다. 조약은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공동의 위협에 대응할 의무를 원론적 수준에서 규정한다. 이것이 한미동맹의 법적 기초다. 그런데 조약 본문 어디에도 '전시작전권'이라는 단어가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한국군의 작전 지휘를 누가 맡을지에 대해 이 조약은 아무것도 명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군이 유사시 한국군을 지휘하게 되어 있는 현행 구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출발점은 1950년 7월 14일이다. 전쟁 발발 19일 뒤,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한국군의 지휘권을 '전쟁 기간 동안' 이양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한시적 위임이었다. 그러나 정전 이후에도 한국은 그 지휘권을 돌려받지 못했다.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이승만 대통령의 정전협정 반대였다. 단독 북진을 공언하며 전쟁 재개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시사한 동맹국의 행동 앞에서, 미국은 동맹의 의무를 떠안으면서도 그 의무가 일방적으로 발동되는 사태를 막아야 했다. 이런 맥락에서 1954년 11월 양국이 작성한 합의의사록 은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계속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1978년 11월 창설된 한미연합사령부 역시 같은 합의의사록 체제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진 군사 제도다. 즉 한국군 작전통제권의 법적 근거는 양국 행정부가 만든 합의 문서,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군 제도가 전부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조약 변경에는 미 상원의 비준이 필요하지만, 합의 문서와 군 제도는 양국 행정부의 합의만으로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국제 협정 가운데 조약(treaty)만 명시한다. 행정 약정(executive agreement)은 헌법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지만, 미 정부는 건국 초기부터 행정 약정을 사용해 왔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체결한 국제 합의의 90% 이상이 조약이 아닌 행정 약정 형태로 처리됐다. 조약은 상원 3분의 2의 동의가 있어야 비준·변경되지만, 행정 약정 은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체결하고 변경할 수 있다. 1954년 합의의사록은 바로 이 행정 약정에 속한다. 더 결정적인 사실이 합의의사록 자체에 들어 있다. 한국군이 유엔군 사령부의 작전통제 아래 남는다는 조항 바로 뒤에, 양국 협의를 통한 변경 가능성을 명시한 단서가 달려 있다. '양국이 협의를 통해 상호 및 개별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합의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unless after consultation it is agreed that our mutual and individual interests would best be served by a change.) 70년 동안 한국군 작전통제권의 근거 역할을 해 온 그 문서가, 양국 합의로 그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본문에 직접 적어 두었다는 뜻이다. 함의는 분명하다. 전작권을 한국으로 이양하는 결정은 조약 변경이 아니라 행정 약정 수정만으로도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심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동의하면, 양국 행정부 간 합의만으로 이양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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