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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닥다닥 붙은 건물, 좁은 골목...길 잃으면 끝장이겠구나 | Collector
다닥다닥 붙은 건물, 좁은 골목...길 잃으면 끝장이겠구나
오마이뉴스

다닥다닥 붙은 건물, 좁은 골목...길 잃으면 끝장이겠구나

모로코의 고대 도시 페스(Fes)는 모로코 문화의 집합체다. 12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도시는 단순히 오래된 곳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모로코가 품은 종교·학문·예술·민족적 융합이 가장 밀도 있게 응축된 곳으로 '모로코의 정신적·문화적 수도'라 불린다. 셰프샤우엔에서 남쪽으로 4시간 가까이 차로 이동해 만난 페스의 첫 모습은 우리가 예상했던 고대 도시가 아니었다. 넓고 깨끗한 도로 양쪽에는 현대식 건물과 아파트가 즐비했다. 차량은 대형 마트인 까르푸 앞에 멈춰 섰고, 그 안은 여느 마트와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술도 팔았다. 우리는 이슬람 국가의 마트에서 맥주를 사 들고 모스크가 있는 메디나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이 왜 이렇게 좁나 했더니 페스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며, 각각 시대적·문화적 차이를 뚜렷이 보인다. 우리가 흔히 '페스'라 여기는 곳은 8세기에 세워진 페스 엘 발리(Fes el-Bali)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벽 안의 메디나다. 9400개가 넘는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으며, GPS로도 길을 찾기 어려운 세계 최대의 '차 없는 도시'이기도 하다. 메디나 밖의 페스 즈디드(Fes el-Jdid)는 13세기 마린 왕조가 조성한 '새로운 페스'로, 왕궁과 유대인 거주 지역이 자리했던 곳이다. 유대인들은 떠났지만, 그들이 운영하던 보석 가게 일부는 지금도 남아 있다. 처음 마주쳤던 현대풍 시가지는 빌 누벨(Ville Nouvelle)로, 20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조성된 구역이다. 메디나 안에 집이 있는 사람들도 여유가 생기면 이제는 빌 누벨의 아파트로 옮겨 산다고 한다. 우리는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골목을 지나 흙벽 가운데 화려하게 장식된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온 벽면과 천장이 정교한 타일 공예로 뒤덮여 있었고, 가구들도 하나같이 고급스러웠다. 좁은 메디나 안으로는 완성된 가구를 들여올 수 없어 장인들이 리아드 내부에서 직접 작업한다는 의외의 이야기도 들었다. '겉은 소박하되, 안은 화려하게.' 히잡이나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도 어쩌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지역 해설가와 함께하는 본격적인 페스 탐방은 왕궁 다르 엘 마흐젠(Dar el-Makhzen) 앞에서 시작됐다. 일곱 개의 거대한 청동 문으로 유명한 이곳은 현재도 왕궁으로 사용 중이어서, 관광객이 할 수 있는 건 황금빛 문과 그 주위를 정교하게 수놓은 젤리지(Zellij) 타일 공예를 감상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일이 전부다. 왕궁은 기존의 메디나를 벗어나 '새로운 페스'에 세워졌으며 바로 옆에는 유대인 거주 지역인 '멜라(Mellah)'가 있다. 과거 국왕이 유대인 공동체를 보호하고 그들의 경제적 역량을 가까이 두기 위해 이웃하여 배치했다고 한다. 이슬람 국가임에도 이민족을 품어온 모로코 특유의 공존과 융합의 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메디나 탐험에 앞서 우리는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위의 요새인 보르즈 수드(Borj Sud)를 먼저 찾았다. 밝은 황토색 흙벽돌과 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메디나는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건물들이 워낙 다닥다닥 붙어 있어 녹색 지붕의 모스크와 높이 솟은 탑만 눈에 띌 뿐, 길도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9세기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알 카라위인 대학교, 14세기 건축물인 알 아타린 마드라사, 크고 작은 시장(수크)과 주거지(리아드), 종교시설, 공방들이 층층이 얽혀 저마다의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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