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or
[특집] 태극기 사랑한 서른여덟 미국인, 세상 떠나며 한 말 "날 기억할까" | Collector
[특집] 태극기 사랑한 서른여덟 미국인, 세상 떠나며 한 말
오마이뉴스

[특집] 태극기 사랑한 서른여덟 미국인, 세상 떠나며 한 말 "날 기억할까"

* <인터뷰① 33년 전 죽은 동생, 한국 '5·18 테이프'에 살아 있다니> 에서 이어집니다. 남매는 닮았다. 죽는 날까지 입과 손으로 '1980년 5월 광주'를 기록했던 팀 원버그(Tim Warnberg, 당시 25세)처럼, 그의 누나 록산 원버그 윌슨(Roxanne Warnberg Wilson, 72)도 팀의 유품을 차곡차곡 정리해뒀다. 지난 3월 4일 미국 미네소타의 소도시 라이스(Rice)에 있는 록산의 자택. 그가 매일 잠드는 침대 머리맡엔 동생이 아끼던 한국 병풍이, 식탁 앞 의자에는 팀의 가죽 재킷과 스카프가 걸려 있었다. 거실에는 팀이 숨지기 전까지 머물던 소파가, 작업실 서랍에는 팀의 일기장·편지·유언 등 문서가, 거실에는 팀이 자주 듣던 한국 음악 카세트 테이프와 LP 앨범, 한복, 하회탈 등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많은 유품 중, 록산은 침대 머리맡에 둔 병풍을 가리키며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사계절 그림이 이 병풍에 담겨 있었다.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이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팀이 저에게 준 많은 것들은 한국어로 적혀 있어서, 보기에는 마음에 들어도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이건 이해가 돼요. 계절에 따라 삶이 다르게 표현된 점이 정말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침대 위에 걸어뒀어요." 누나의 신념, 기억하는 한 함께 있는 것 사소한 팀의 모습까지 기억하기 때문일까. 록산은 고 위르겐 힌츠페터(2016년 작고) 테이프 속 광주의 참상엔 감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33년 전 숨진 동생의 모습을 처음 봤음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이는 록산이 가진 신념 때문인 듯했다. 그는 한 인간이 세상을 떠났더라도 우리가 기억하는 한 그와 함께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믿고 있었다. 그럼에도 록산은 어렴풋이 속내를 내비쳤다. "저는 팀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서 영상을 보고 그렇게 놀라진 않았죠. 팀은 우리 기억 속에 살아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쁜 일입니다. 비록 끔찍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면이지만, 그렇게 젊고 생기 있는 동생의 모습을 다시 보는 건...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일 이에요." 그래서인지 록산이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기억" 이었다. 취재진은 록산에게 동생을 기억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소개했다. 광주의 단골 음악감상실 DJ였던 친구 이흥철씨, 5·18 당시 들것을 든 팀의 모습을 찍은 나경택 기자, 그리고 함께 들것을 든 노병유 기자, 전남대 의대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한 고진석·안영주씨 등을 언급하며 "팀을 기억하는 광주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록산은 "따뜻하고 감사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비록 우리 가족과 다른 시공간에서 팀을 봤겠지만, 그들이 묘사하는 팀은 우리가 봤던 그 모습들입니다. 그들이 팀을 따뜻하게 기억해준다는 것에 팀도 기뻐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서른여덟에 죽음을 맞이한다면 '누가 나를 기억해줄까'라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죽기 전 팀이 조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이 나를 기억할까'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우리가 정말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지네요."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