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시골 쉼터 느루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꼽으라면, 발코니에서 나의 소박한 꽃밭을 바라보는 일이라 하겠다. 오월 한가운데를 지나는 요즘 나의 화단에는 꽃들이 활짝 피었다.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진 때, "오래 기다렸지요" 하며, 그 마음 잘 안다는 듯 반갑게 응답하니 더욱 기쁘다. 씨앗을 구해 흙에 놓고, 여린 싹이 땅을 뚫고 나오기를 기도하듯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그 조그만 싹이 천천히 키를 키우고 몸집을 부풀리는 모양을 지켜본 사람은 안다. 성숙하고 온전한 한 그루로 자라 줄기 끝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어느 날 벼락처럼 꽃잎을 활짝 펴는 순간을 마주해 본 사람은 안다. 눈이 환해지는, 맑고 고운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그런 기쁨 말이다. 기다리고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소박한 나의 꽃밭 누가 봤다면, 무슨 대단한 정원이라도 가진 듯 호들갑이냐고 핀잔을 줄 것 같다. 그러나 알지 않는가. 제 아무리 훌륭한 정원도 제 손으로 만든 손바닥만한 꽃밭만큼 애정스럽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사람은 그런 생명체인 것 같다. 뭐든 제 손으로, 제 마음을 쏟아, 제 눈에 담고, 정을 쌓은 시간 만큼 그 만큼 알고 사랑하게 되는. 내 꽃밭에 와서 동고동락한 정이 각별하여 나의 수수한 들꽃들은 오월 장미의 우아함과 화려함에게도 으뜸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는 세련되지 못한 사람인지 길섶에 자연스럽게 피는 들꽃들에 자주 눈길을 빼앗긴다. 천연의 자연색이 어쩌면 그토록 맑고 예쁜지 볼 때마다 새롭고 놀랍다. 지난해 밭을 인수한 후 뜨거운 여름 농한기 때, 나는 빈 화단을 만들었다. 밭에서 돌을 주어 꽃밭 테두리를 울퉁불퉁 만들었다. 1평 정도로 작은 화단이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화단은 빈 채로 덩그러니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내 꽃밭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빈 화단을 바라보며 '겨울 지나고 봄이 오면 꽃씨를 뿌려야지' 다짐하곤 했다. 그러던 중 9월 하순에 옛 근무지 동료 선생님께서 세컨하우스 화단에 꽃들이 많이 번졌다며 꽃 모종을 분양을 해주었다. 가을, 겨울을 잘 지낼 수 있을까 염려하며 빈 화단에 그 아이들을 옮겨 심었다. 나의 꽃밭 첫 식구는 선생님이 주신 사랑초, 나도 샤프란, 자주닭개비와 메리 골드였다. 가을이지만 날이 따뜻하여 사랑초가 분홍색 꽃을, 나도 샤프란이 고상한 하얀 꽃을, 메리골드가 나무처럼 자라 주홍색 꽃을 주렁주렁 피워서 그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지난 3월에 나는 꽃밭을 키웠다. 쉼터 발코니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로 앞 밭고랑 전체를 꽃밭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3평 정도 되려나. 신기하게도 꽃밭을 키웠더니 꽃 식구가 자연스럽게 찾아 들었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끈끈이대나물과 국화 씨앗이 꽃밭에 자리잡았다. 지인이 일본 여행 다녀오면서 모둠 꽃씨를 선물해 주었다. 비올라, 한련화 꽃씨를 구입해 뿌렸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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