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20년 만에 2편으로 돌아왔다. 반갑고 궁금한 마음이 앞서야 할 텐데, 내 기억은 왜 자꾸 1편의 앤디에게로 향하는지. 후반부에 멋지게 변신한 앤디가 아니라, 전반부의 좌충우돌하던 앤디 말이다. "여기가… 내가 그렇게 오고 싶어 했던 곳이라고?" 1편 첫 등장에서 앤디의 표정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기대에 살짝 들떠 있던 눈빛은 점점 작아졌고, 누군가 빠르게 지시를 던지면 일단 고개부터 끄덕였다. 정작 무슨 말인지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누구에게 먼저 인사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물어봐도 되는지, 왜 커피 하나에도 규칙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곳. 앤디가 알고 있던 '멋진 회사'는 잡지 표지 속에 있었고, 지금 그녀가 서 있는 곳은 그 표지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의 숨이 계속 가빠지는 현장이었다. 모두가 부러워 하는 회사에 들어갔지만, 정작 그 안에서 그녀는 매 순간 자신이 틀린 곳에 서 있는 사람처럼 비춰졌다. 앤디가 그렇게 어긋나는 장면마다 나는 묘하게 당황스러워졌다. '아니, 내가 왜 저기서 나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편 앤디와 나 20년 전, 나도 앤디였다. 승무원이 꿈이었던 나는 장래희망을 이뤘다는 기쁨에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게다가 당시 승무원은 지금보다도 더 선망의 직업으로 꼽히던 때라, 주변의 부러움도 꽤 받았다. 하지만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알아버렸지. 빛 좋은 개살구의 참 맛을. 내가 떠올렸던 우아한 승무원의 모습은 광고 속에 있었고, 내가 서 있는 그곳은 안전과 서비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이었다. 정시 이륙 준비를 위해 스판기 하나 없는 유니폼을 입고 거추장스러운 스카프를 풀어 헤치고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승객을 맞이할 시간이 되면 가쁜 숨을 가다듬고 열기로 달아오른 목에 스카프를 둘러야 했다. 그렇게 온 정성을 다해 띄운 비행기 안에서는 마음 깊이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승객도 있었고, 끝내 눈물을 삼키게 만드는 승객도 있었다. 그런 감정 노동의 스트레스를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풀기도 했지만, 기수 문화가 뚜렷한 직군이다 보니 비행기 밖에도 긴장은 있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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