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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의 자로 2026년 농업을 잴 수 있는가
오마이뉴스

1949년의 자로 2026년 농업을 잴 수 있는가

1949년, 한반도 남쪽의 들판에서 거대한 개혁이 시작됐다. 지주의 땅을 사들여 소작농에게 나누어 주는 농지개혁이었다. 그 바탕에는 경자유전이 있었다.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이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그때 농지는 '농가'를 단위로 나뉘었다. 한 호(戶)당 3정보의 상한을 두고, 농가를 기준으로 분배했다. 당시의 농가는 농업 그 자체였다. 한 가구가 곧 경영체였고 생산자였으며, 동시에 소비자이자 거주자였다. 농가 수를 세는 일은 농업의 크기를 재는 일이었다. 그 시대에 농가라는 자는 정확했다. 77년이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그 자를 들고 있다. 농가 수를 세고, 농가 소득을 따지고, 농가를 기준으로 농지 소유를 판단한다. 그런데 1949년에 만든 그 자로 2026년의 농업을 잴 수 있는가. 한쪽은 줄고, 한쪽은 늘었다 한국 농업을 말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기본 통계는 농가 수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농가는 97만 4천 가구다. 1949년 248만 농가에서 60% 넘게 줄었다. 이 숫자 뒤에는 거의 언제나 같은 진단이 따라붙는다. 농가가 줄고 있다. 농촌이 사라진다. 농업이 위태롭다. 그런데 같은 농업을 가리키는 또 다른 숫자가 있다. 농업경영체 등록정보다. 행정기관에 정보를 등록한 농업인과 농업법인은 2024년 기준 약 184만이다. 2010년대 중반 160만 대였던 등록 경영체는 오히려 늘었다. 한쪽에서는 농가가 줄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영체가 늘어난다. 물론 두 숫자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농가는 가구 단위 조사 통계이고, 경영체 등록정보는 행정 자료다. 작성 방식도 모집단도 다르다. 그러나 한국 농업을 설명하는 두 개의 자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는 사실은 남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엇갈린 숫자를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농가 수 감소는 위기로 읽으면서, 경영체 수 증가는 애써 무시한다. 숫자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데도, 정작 의심하지 않는 것이 있다. 농업을 재는 자 자체가 낡았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낡은 단위, 한국만 붙들고 있는 자 농가라는 통계 단위는 193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 형성됐다. 조선총독부의 농가경제조사는 호(戶)를 단위로 삼았고, 해방 뒤 농지개혁도 그 호를 농지 분배의 기본 단위로 삼았다. 농가가 생산의 주체이자 소비의 주체이며 거주의 주체라는 전제 위에 선 단위였다. 그 전제는 당시 현실과 맞았다. 그러나 오늘의 농업은 그 그림에서 멀어졌다. 외국인 노동자와 계절근로자 없이는 수확을 마치기 어려운 품목이 많고, 농산물 대부분은 자가소비가 아니라 시장으로 향한다. 땅을 가진 사람과 실제 농사짓는 사람이 다르거나, 농작업 전체가 위탁되는 경우도 흔하다. 게다가 농가 기준은 지나치게 넓다. 경지 약 300평 이상을 경작하거나 연간 농축산물 판매액이 120만 원 이상이면 농가에 포함된다. 평생 농업에 종사한 전업농도, 텃밭 수준의 자급 농가도, 주말에만 농사짓는 도시민도 모두 같은 '농가'로 묶인다. 같은 이름 아래 묶이지만, 농업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전혀 다르다. 다른 나라도 농가라는 자를 쓸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유럽연합은 단일 경영 아래 묶인 기술적·경제적 단위인 농업경영체(Agricultural Holding)를 기본 단위로 삼고, 미국도 일정 규모 이상의 농업 운영 단위를 기준으로 농업을 파악한다. 일본 역시 2005년 농림업센서스 이후 경영체 조사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이들이 보는 단위는 가구가 아니라 경영이다. 따라서 정책의 질문도 달라진다. "농가를 얼마나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농업을 누가,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이어 갈 것인가"를 묻는다. 반면 한국 농정은 여전히 농가를 중심에 둔다. 대표적인 지표가 농가소득이다. 여기에는 농사로 번 돈뿐 아니라 농외소득과 이전소득, 보조금이 섞인다. 농가소득이 늘었다고 해서 농업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농가라는 그릇으로 농업을 재면, 농업의 성과와 가구의 생계가 뒤섞인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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