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영화다. 노을 지는 석양에서의 왈츠 장면은 여전히 명장면. 태희(이은주)는 인우(이병헌)에게 이렇게 묻는다. "혹시 왈츠 출 줄 알아요? 저 요즘 교양 시간에 배우거든요." 그리고 인우의 손을 잡고 춤을 추면 흐르는 음악. 쇼스타코비치의 <두 번째 왈츠> 당신이 좀 더 영화광이라면 스탠리 큐브릭 감독,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주연의 <아이즈 와이드 셧>을 봤을 것이다. 이 커플이 파티에 가기 전 준비 장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이 음악을 기억하는지? 왈츠인데도 경쾌함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 뒤 목덜미를 타고 오른다. 이 묘한 느낌의 정체는 무엇일까? <두 번째 왈츠>는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소비에트 연방 시절 썼던 곡으로 정확한 이름은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 중 왈츠 2이다. 이 곡을 들으면 왈츠의 스텝과 함께 현재의 안온한 일상이 사라질 것 같은 불안이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두 영화 속에서는 연인의 이별, 부부 생활의 위기 등으로 나타나지만, 스탈린 체제 아래에서 그것은 쇼스타코비치의 목숨이 걸려 있는 불안이었다. 우리에게도 그와 비슷한 불안이 퍼져 있던 시대가 있었다. 송창식의 노래 <왜 불러>가 건방지다고 금지곡이 되던 시대, 정부에 대한 비판은 모두 체제전복으로 처벌받던 시대, 북한이라는 단어만 내뱉어도 빨갱이로 몰고 가던 시대. 그의 음악 속 불안은 우리가 경험한 불안과 많이 닮았다.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수록된 CD가 내 손에 들어왔을 때를 기억한다. 곡의 첫 느낌은 독특했다. 극도로 섬세한 감정을 예리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 여느 바이올린곡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 무겁게 시작하는 첫 음에 뒤이은 바이올린의 애절한 소리. 그리고 쥐어짜는 듯한 현의 소리. 고문하듯 어두운 구석으로 몰고 가서 감정을 난도질하는 것 같은 소리.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마음이 불편한데 싫지 않았다. 기시감을 느꼈고 중독성이 있어 자꾸 다시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그의 교향곡으로 빠져들었다. 쇼스타코비치의 목숨을 건 전략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와 함께 현대 소련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무자비한 숙청과 학살의 스탈린 체제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작곡가. 그러다가 당의 인정을 받은 작곡가. 그러면서도 죽을 때까지 내면의 저항을 느꼈던 작곡가. 이런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그의 이름에는 체제의 무거운 억압과 역사의 질곡, 그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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