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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막으려 핵발전소 건드릴 수도... 대통령에게 토론 요청한 이유 | Collector
정전 막으려 핵발전소 건드릴 수도... 대통령에게 토론 요청한 이유
오마이뉴스

정전 막으려 핵발전소 건드릴 수도... 대통령에게 토론 요청한 이유

고대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삶에서 '물'이라는 자원이 절대적이므로. 지금도 여러 지역에서는 강을 따라 형성된 마을 구획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풍경을 도심 한복판에서도 자주 접한다. 카페, 도서관, 터미널, 기차역 등 다중이 이용하는 장소에서는 유독 콘센트 주변의 인구밀도가 높다. 마치 물줄기를 따라 만들어진 마을처럼. 배터리 눈금이 낮아질수록 초조해진다. 전원 OFF, 그건 단지 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특히 어릴 때부터 네트워크에 접속된 삶이 일상인 세대에게 '전원 꺼짐'이란, 세계와의 접속 해제, 단절, 진공 상태에 가깝다. 전기는 우리 삶 전체에 모세혈관처럼 스며들었다. 물에 의한 재난이 폭우나 홍수라면, 전기 문명에서의 치명적 재난은 블랙아웃(blackout, 정전)일 것이다. 바로 그런 재난이 2011년 한국에서 벌어졌다. '9.15 대규모 순환 정전'. 추석 연휴 직후 이례적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폭증, 전국 전력 수요가 예상치를 크게 초과했고, 전력예비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정부와 한국전력거래소는 전국적 순환 정전(지역별로 전력을 순차적 차단·재개해 과부하를 줄이는 조치)을 실시했다. 162만 가구의 전기, 엘리베이터, 공장, 신호동이 멈춰 대규모 혼란이 벌어졌다. 전력 수요 예측 실패와 예비력 부족, 기관 간 대응 미흡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사건이 일종의 계기가 되었는지, 이후부터 전력 수요를 보다 보수적으로 전망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부족하면 핀잔 듣고 남으면 후덕하다 칭찬 듣는 잔치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당시로써는 '국가가 멈춘' 사건에 가까웠지만, 어느덧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갔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25년 가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또 다른 대규모 정전 위기가 거론됐다. 전력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었으나, 다행히 시민들 상당수는 직접적으로 체감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흐린 날씨 덕분에 '위기'로만 그칠 수 있었던 것. 말 그대로 '하늘이 도운' 거였다. 전기 '부족'의 공포에서 '과잉'의 공포로 2011년에 발생한 정전, 2025년의 정전 위기, 이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2011년에는 전력 부족이 원인이었고, 2025년에는 전기가 남아도는 게 문제였다. 전기가 남는데 정전이라니. '절전'이라는 구호가 입에 붙을 만큼 전기는 '아껴 써야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정전은 전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도 발생하지만, 공급이 넘쳐도 발생한다. 심각한 저혈압이나 고혈압 모두가 위험한 것과 같다. 만약 전국에서 100만큼의 전기를 쓰고 있을 때 발전소들이 80밖에 못 만든다면, 전압과 주파수가 낮아지고, 발전기가 멈춰 정전으로 이어진다. 반대일 경우, 전압과 주파수 상승으로 인해 역시 정전을 유발한다. 작년의 위기는 그렇게 지나갔지만, 올해는 어떻게 될까. 국내 전력정책 현황을 묻기 위해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을 만났다. "지금 전기가 굉장히 많이 남고 있어요. 이명박 정부 때 발전소를 엄청나게 지었거든요. 비판이 많았었는데도 석탄화력발전소에 엄청나게 많은 인허가를 내줬죠. 그래서 지금 전력예비율이 충분한 상황입니다. 전력예비율이 충분하다는 건, '안 지어도 될 발전소를 지었다'는 뜻이죠. 그건 결국 우리의 전기요금에 고스란히 다 반영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진다거나 사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어요. 지극히 기본적인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2011년 순환 정전과 2025년 정전 위기, 그 사이에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확산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정책 지원,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 등으로 전국 농촌과 산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제주처럼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높은 지역에는 급기야 '출력제한'이라는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출력제한'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할 경우, 발전량을 강제로 줄여 균형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한국전력거래소(KPX)가 발전사업자의 스위치를 '강제로 끄는' 조치다. 전력 수요가 낮아지는 봄·가을의 경우,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석탄·가스도 출력제한을 해야 한다. 반면, 핵발전소는 필요시마다 출력제한에 동원되지는 않는다. 100% 출력 운전을 전제로 설계되었기에, 출력을 끄거나 줄이는 것에 치명적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경직성 전원'이라 부른다. 핵발전소와 달리 상대적으로 '유연한' 재생에너지가 우선적으로 출력제한 조치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전기를 가동하지 못함으로 인해 생긴 손해는 고스란히 발전사업자 개인의 몫이다. 재생에너지·석탄·액화천연가스(LNG)가 출력제한의 희생을 치르는 것으로도 과잉공급 해결이 어려울 경우, 결국 경직성 전원인 핵발전소도 어쩔 수 없이 출력 조절에 가세해야 한다. 출력량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것을 '감발(減發)'이라 한다. 핵발전소의 반복적인 감발은 원자로와 핵연료에 열적·기계적 스트레스를 누적시켜 안전성을 위협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국가 에너지 미래를 설계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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