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큰 방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들 종이가 잔뜩 쌓인 책상 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각자 앞에 놓인 종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숨 가쁘게 넘어가고 있었다. 가끔 "천천히 해요"라는 말이 들렸지만 아무도 손을 늦추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숨을 쉴라치면 금세 종이가 옆에 수북이 쌓이는 통에 손을 늦추려야 늦출 수도 없었다. 벌써 몇 시간째 이렇게 작업하고 있었지만 일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쑤셨다. 하지만 아직 뜯지 않은 종이 더미가 책상 밑에도 벽을 따라서도 잔뜩 있었다. 지난 23일, 6.3 지방선거 투표 공보물 발송 아르바이트를 했다. 몇주 전 선거 공보물 발송 작업 인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지원했다.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당은 9만 원 정도였다. 5시간 일하고 9만 원이면 시급이 1만 8000원인 셈이었다. 잠깐 일하고 쉽게 돈 버는 '꿀알바'라고 생각했다. '아침 든든히 먹고 오세요'라는 말에서 읽은 것 일하기로 한 주에 안내 문자가 두 차례 왔다. 월요일, 첫 번째 문자는 별다를 것 없었다. 평범한 장소, 시간 안내였다. 오전 8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하니 오전 8시 10분까지 오라고 했다. 그런데 목요일 문자는 달랐다. 작업 종료 예정 시간이 애초의 오후 1시에서 오후 2시로 변경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괄호 속 '예정'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그것도 부족한지 밑에 '이번 선거는 공보물 작업량이 많아 종료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드시고 와주세요'라는 말까지 덧붙어 있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오라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월요일 문자에도 작업량이 많다는 언급이 있었다. 도대체 일이 얼마나 많기에 그러는 걸까? 상상이 가지 않았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가 이 일을 너무 쉽게 본 건 아닐까?' 토요일 아침, 집합 시간에 빠듯하게 맞추어 나왔기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런데 주민센터가 가까워질수록 나와 같은 방향을 향하는 사람들이 한둘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주민센터 앞에 이르자 우르르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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