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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쟁 '기념'을 다시 묻다
오마이뉴스

한국의 전쟁 '기념'을 다시 묻다

기자말 연간 방문객 300만 명을 넘어선 용산 전쟁기념관은 대한민국의 전쟁사를 상징하는 대표적 기념시설이다. 그러나 이 공간이 보여주는 국가주의·군사주의적 시각과 반인권적 전시에 대해 시민사회는 오래전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으며, 변화의 필요성 또한 꾸준히 이야기되어 왔다. 이번 연재에서는 <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활동가들의 모임 탄탄이>의 활동과 함께, 전쟁을 '기념'하는 공간을 시민의 힘으로 새롭게 상상하고 바꾸려는 시민·활동가·작가의 이야기를 총 8회에 걸쳐 소개한다.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얼마 전 해외파병실의 베트남 전쟁 전시를 구경할 목적으로 용산의 전쟁기념관에 방문한 적이 있다. 전쟁'기념'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쟁과 한국군의 공로와 성과를 내세우고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고양하고자 하는 기념물이 여럿 보였다. 시대에 뒤떨어진 반공주의와 민족주의적 국가관은 둘째치더라도, 해외파병실의 한국군 파병을 미화하는 베트남 전쟁 전시는 오히려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놓인 채명신 장군의 "한국군은 백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드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한다"는 훈령을 재현한 나무 팻말은 이제는 잘 알려진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애써 감추려는 것처럼 보였다. 시대착오적인 전쟁 미화가 주가 되는 전시에 의문이 생겨 전쟁기념관 홈페이지에 문의를 남겨보았다. 한국군의 공로만을 부각하는 전시가 과연 좋은 전시인지, 한국군의 공로와 과오를 모두 성찰하는 새로운 전시 방향을 고려하고 있는지, 전쟁기념관의 의견을 물었다. 수개월이 지난 후, 전쟁기념관은 전시는 "대한민국을 지킨 분들의 공헌을 기리는 공간"이며 한국군의 명암(明暗) 중 '명'에 집중하는 것은 전쟁기념관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며, 암을 은폐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고 답변했다. 전쟁기념관이 말하는 공간의 특수성은 무엇일까? 전쟁기념관이 대한민국을 수호한 자의 공헌을 기리는 공간이라면, 한국의 역사에 새겨진 전쟁의 고통은 같이 기릴 수 없는 것인가? 기념관의 전시에서 전쟁에 참여한 자는 모두 '영웅'이 되지만, 전쟁으로 스러진 사람, 동물과 자연은 전쟁의 '암'으로 남아 영웅의 '명'에 가려진다. 무언가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반드시 영웅적 공로를 치하하는 방식이어야 할까? 이미 해외에서는 기념과 기억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기억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억과 역사가 하나의 굳어진 이야기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각자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기억의 파편들을 스스로 찾아내 자신만의 하나의 기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하는 새로운 기억/기념의 시도를 독일과 미국의 사례로 알아보고자 한다. 기념을 반대하기: 독일의 반기념물, 아슈로트 분수 독일의 도시 카셀의 한 유대인 사업가가 시청 앞에 선물의 의미로 분수를 설치한다. 사업가의 이름을 따 "아슈로트 분수"로 불리며 도시의 중앙에서 시민들에게 하나의 자랑거리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분수는 1939년 4월, 나치 세력에 의해 "유대인 분수"로 명명되어 철거되었으며, 도시의 유대인들 역시 모두 징집되어 유럽 각지에서 살해당했다. 전후 1960년대, 카셀 시는 과거의 분수를 복원하고자 한다. 건축가 호르스트 호하이젤(Horst Hoheisel)은 분수를 전쟁 이전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이 홀로코스트와 유대인 차별·학살의 역사가 대중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결과를 만들 것을 우려했다. 호하이젤은 분수의 기존 형식을 그대로 재건하는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 폼(기존의 형상을 반전시킨 모습)으로 설계하는 안을 제안했다. 원래의 분수가 위치한 토대를 중심으로 지반 위의 분수를 땅 아래로 뒤집어 놓은 디자인의 분수는, 위로 물이 솟는 것이 아닌 지면 아래로 물이 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지면의 유리를 통해 지하의 분수를 바라볼 수 있다. 호하이젤은 우뚝 솟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의 부재가 사람들에게 사라진 분수로 상징되는 학살과 폭력의 역사를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길 원했다. 행인들은 얼마나 깊을지 모를 지하로 떨어지는 물의 거센 소리를 들으며, 분수(가 있었던 지면) 위에 서서 도시에 새겨진 기억을 스스로의 경험과 엮어 자신만이 기억하는 방식을 만들어낸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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