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제정치는 한 장면씩 떼어 보면 그럴듯한 설명을 낳는다. 관세는 압박처럼 보이고, 전쟁은 응징처럼 보이며, 휴전은 확전 방지처럼 보인다. 정상회담은 대담한 거래 외교처럼 포장된다. 그러나 장면들을 시간의 흐름 속에 놓으면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압박은 출구를 만들지 못하고, 전쟁은 문제를 끝내지 못하며, 외교는 그 빈칸을 메우지 못한다. 이때 드러나는 것은 전략의 연쇄가 아니라 패착의 순환이다. 이란전이 그 장면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군사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보도로 드러난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는 그 승리 선언에 균열을 냈다. 이란의 미사일 능력, 이동식 발사대, 호르무즈 주변 기지 접근 능력, 지하 미사일 시설은 상당 부분 남아 있거나 다시 작동 가능한 상태로 평가됐다. 미국은 이란을 때렸다. 그러나 때린 것과 이긴 것은 다르다. 폭격은 표적을 부술 수 있지만, 위협의 방식을 없애지는 못할 수 있다. 이란이 다시 호르무즈를 위협할 수 있다면, 그것은 승리의 증거가 아니라 전략 실패의 증거다. 휴전도 마찬가지다. 휴전은 그 자체로 성과가 아니다. 전쟁이 없었다면 휴전도 필요 없었다. 확전 위험, 유가 충격, 미군 피해 가능성은 전쟁이 만든 후과였다. 그 후과를 잠시 낮췄다고 해서 전쟁이 성공한 것이 되지는 않는다. 더구나 5월 말 현재까지도 협상은 출구로 나아가기보다 같은 원을 돌고 있다. 합의가 가까워졌다는 말이 나오면 곧바로 휴전 위반 공방이 터지고,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야 한다는 미국의 압박도 다시 반복된다. 대화는 계속되지만, 문제는 계속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이것은 휴전의 성공이 아니라, 휴전이 아무것도 고정하지 못했다는 증거에 가깝다. 휴전이 성과가 되려면 이란을 묶었어야 한다. 호르무즈 위협을 줄여야 했고, 협상장을 미국 쪽으로 기울게 해야 했다. 그러나 드러난 흐름은 반대에 가까웠다. 휴전은 이란이 다시 움직일 시간을 줬고, 미국은 그 시간을 승리의 고정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다음 장면은 중국이다. 이란을 군사로 끝내지 못하고, 휴전으로 호르무즈를 안정시키지 못했다면 미국은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실패를 대신 수리해 줄 이유가 없었다. 호르무즈의 안정을 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트럼프의 전쟁 실패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세 장면은 따로 흩어진 사건이 아니었다. 전쟁은 이란을 끝내지 못했고, 휴전은 이란을 묶지 못했으며, 중국 방문은 호르무즈의 출구를 열지 못했다. 이것이 트럼프식 순환적 패착의 원형이었다. 트럼프가 위험한 이유 여기서 트럼프를 둘러싼 오해가 생긴다. 사람들은 그의 행동 안에서 숨은 계산을 찾으려 한다. 거친 말에는 협상술이 있을 것이라 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는 미치광이 전략이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미치광이 전략은 계산된 불확실성일 때만 전략이다. 목표와 비용, 그리고 행동 뒤 남을 질서가 연결돼 있을 때만 불확실성은 카드가 된다. 계산 없는 예측 불가능성은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위험이다. 트럼프가 위험한 이유는 그가 늘 치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치밀하지 않은 사람이 세계 최강의 군대와 동맹망을 쥐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더 위험한 것은 그 치밀하지 않음을 주변이 계속 전략으로 읽어준다는 점이다. 동맹과 파트너들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미국의 약속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유럽은 트럼프의 압박 속에서 미국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자각을 키웠고, 대만과 일본은 미국의 안보 약속이 미중 거래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을 마주하고 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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