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17년 3월 31일 , 서울구치소의 철문이 닫히며 박근혜씨가 구속되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내려진 지 21일 만이었다. 당시 광장을 가득 메웠던 수백만 촛불의 명령은 단호했다. '법 앞에 성역은 없다'는 민주공화국의 원칙을 바로 세우라는 것이었다. 국정농단과 뇌물 수수 등으로 징역 2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박씨의 사법적 단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거둔 결실이었다. 만약 그날, 누군가 "박근혜는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수감 기간을 채 5년도 채우지 않고 풀려날 것이며, 2026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의 사실상 선대위원장이 되어 전국을 활보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면 어땠을까. 십중팔구 헛소리 말라며 핀잔을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상식적인 법치국가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우리는 그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선거 유세장에 등장해 사실상 제1야당의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박씨와, 그를 향해 환호하는 인파를 볼 때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참담함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한 현실이다. 촛불 정부 자임한 문재인 정부의 패착, 박근혜 사면 이 비극의 서막을 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촛불민심'이 탄생시켰던 문재인 정부였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국민 통합'을 내세워 박씨를 특별사면했을 때의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필자는 지난 2021년 사면 결정 당시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이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박근혜 구속'을 외친 수많은 시민이 이러한 결말을 원하고 문 대통령을 뽑은 게 아니다"라는 지적은 면죄부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한 경고였다( 관련 기사: "[주장] 박근혜 사면복권? 촛불민심에 대한 배신이다" ). 또한 "아직도 극우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소위 '태극기 부대'라 불리는 탄핵 반대론자들이 적지 않다"며, "박씨가 사면됨에 따라 그들이 다시 사회에 준동하고 국민의힘 내에서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이는 거대 정당이 도로 '탄핵 논쟁'으로 퇴행함에 따라 야기되는 사회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잔인한 현실이 되어 전면화되었다. 사면이라는 시혜적 조치를 '무죄 방면'이자 '명예 회복'으로 착각한 세력들이 대한민국 보수 정당의 주류를 다시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신임을 저버렸다"고 명시하며 만장일치로 파면한 인물을, 선거 전면에 내세워 표를 구걸하는 국민의힘의 행태는 민주공화국의 정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처사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역사의 법정이 내린 판결마저 뒤집겠다는 심산인가.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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