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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줄게요" 땅만 보던 러너의 시선이 바뀌는 순간 | Collector
오마이뉴스

"밀어줄게요" 땅만 보던 러너의 시선이 바뀌는 순간

서울 용산 서빙고동의 용산공원 장교숙소 5단지. 주말이면 산책 나온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연인들이 천천히 오가는 공간이다. 이국적인 건물 사이로 바람이 불고,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이곳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배리어프리 러닝 크루 '배프런'의 정기 러닝이 열렸다. 처음 분위기는 여느 러닝 크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드레싱룸에 모여 짐을 내려놓고 물을 마시며 인사를 나눴다. 누군가는 러닝화를 고쳐 신었고, 누군가는 휠체어 바퀴 상태를 확인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말과 가벼운 농담도 오갔다. 하지만 밖으로 나와 원을 만들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참가자들은 이름과 사는 지역, 평소 운동 상태를 나눴고, 장애 당사자는 자신의 장애 유형과 달릴 때 조심해야 할 점을 덧붙였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모임은 누가 더 빨리 뛰는지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었다. 페이스가 맞는 사람끼리 발을 맞추고, 모두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서로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땅을 살피는 일'에서 '풍경을 누리는 일'까지 준비 운동도 달랐다. 비장애인 참가자들이 다리와 허리를 풀 때, 휠체어 러너들은 팔과 어깨를 중심으로 몸을 풀었다. 시각장애인 러너와 함께 달릴 가이드 러너는 가이드 끈을 손에 맞게 조였다. 몸을 푸는 방식은 달랐지만, 웃음과 농담이 이어지는 모습은 평범한 주말 러닝 모임 같았다. 이날 러닝은 속도나 페이스를 나누는 대신 '40분'이라는 시간을 정해두고, 각자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바퀴 800m 코스 위에서 시각장애인 러너는 가이드 러너와 함께 달렸고, 휠체어 러너와 비장애인 러너들도 나란히 움직였다. 지칠 때면 서두르지 않고 걸었고, 다시 달릴 수 있을 때 각자의 레이스를 이어갔다. 러닝을 마친 뒤 휠체어 러너 이도일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휠체어 러너의 시선을 이렇게 설명했다. "요즘 사람들은 강변을 달리면 물결을 보고, 공원을 지나면 나무와 하늘을 보듯이 경치를 보고 뛴다고 하잖아요. 저희 같은 휠체어 러너들은 오직 땅만 보고 가요. 바퀴가 걸릴 만한 홈은 없는지, 갑자기 턱이 나오지는 않는지, 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지는 않은지 계속 살펴야 하거든요."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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