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선거철이 되면 거리 풍경이 달라진다. 출퇴근길 길목마다 나란히 선 선거운동원들의 간절한 눈빛, 평소 고압적이던 '갑'들이 유권자 앞에서 고개를 낮추는 계절이다. 현수막의 공약들이 당선 후 빈말이 될지언정,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콤하게 포장되어 흔들린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법이고, 선거는 그 소란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시끄러움이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하고 상처를 주는 '소음'이 될 때,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다수의 폭력이 된다. 올해 서울 시내 곳곳에 내걸린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이라는 현수막이 유독 눈에 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34년째 교육 현장에 있다. 그것도 지금은 학교 운영을 책임지는 현직 고등학교 교장이다. 솔직히 말한다. 나는 단 한 번도 학교에서 '동성애 교육'이라고 부를 만한 수업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 후보들이 '추방'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른바 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몇몇 후보들조차 이 구호를 비판하고 나선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유령과의 전쟁 공교육 과정을 아무리 뒤져봐도 동성애를 권장하거나 옹호하는 커리큘럼은 없다. 오히려 2015년 마련된 '성교육 표준안'에는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아예 배제되어 있다. 어느 교과서에도, 어느 차시에도, 교장으로서 내가 결재한 어떤 수업 계획서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추방'은 어떤 집단이나 사상을 영역 밖으로 내쫓을 때 쓰는 물리적이고 강압적인 단어다. 당연히 추방할 대상이 실재해야 성립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교육 체제 어디에도 '동성애를 가르치는 교육'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유령을 쫓아내겠다고 허공에 칼을 휘두르는 형국이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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