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5월의 마지막 주는 유난히 습했다. 흐리고 비까지 내리니 체감온도는 더 높았다. 아직 5월인데도 낮 기온은 27~30도를 넘나들었다. 매년 더위가 빨리 찾아오는 것 같더니 올해는 유독 더 빠른 것 같다. 날이 더워지면서 친정엄마의 열무김치로 콩 담백 면 열무국수를 매일 한 그릇씩 해 먹고 있었다. 다이어트 겸 매일 먹다 보니 어느새 김치가 바닥을 드러냈다. 열무김치를 직접 담가볼 생각에 시장을 찾았지만, 그날은 마땅한 열무가 없었다. 눈에 들어온 건 제철 채소들이었다. 커다랗고 잘 익은 토마토가 열개에 4000원, 오이는 세 개에 1000원, 붉은 고추는 한 바구니에 2500원이었다. 열무김치는 친정 엄마의 맛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로 하고 세 가지를 집어 들었다. 총 만 원 남짓이었다. 커피 두세 잔이면 사라질 돈이지만, 양손 가득 제철 채소를 들고 나오니, 마치 한 계절을 사 온 것 같았다. 집에 돌아가 손질하고 저장해두면 앞으로 몇 달 동안 식탁을 든든하게 채워줄 재료들, 바쁜 날 꺼내 쓸 여유를 미리 마련한 셈이었다. 오이피클로 아삭함을 저장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이는 피클로 담갔다. 나는 해마다 초여름과 늦가을, 두 번 피클을 만든다. 그럼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오이는 여름 제철 채소로, 대체로 5월~8월이 가장 맛있고 가격도 안정적이다. 특히 6~7월 오이는 수분이 많고 아삭해서 냉국, 무침, 김치로 많이 먹는데 피클로 담기에도 제격이다. 원래 파스타에 곁들이려고 조금씩 만들던 피클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릴 때 매운 김치 대신 줬더니 이제는 간식처럼 집어 먹는다. 샌드위치에 넣기도 하고, 다져서 타르타르소스에 활용하기도 하니 쓰임이 꽤 넓다. 어느새 우리 집 냉장고의 기본 반찬이 되었다. 여름 햇볕을 저장하다, 토마토소스의 무한 변신 다음 날 아침에는 토마토를 손질했다. 깨끗이 씻은 토마토의 꼭지를 떼고 십자 칼집을 낸 뒤, 뜨거운 물을 부었다. 껍질이 살짝 벌어지면 손으로 벗겨 냄비에 넣고 푹 끓인다. 토마토는 6월부터 8월까지가 제철이다. 초여름부터 한여름까지 햇볕을 충분히 받고 자란 토마토는 맛도 진하고 과즙도 풍부하다. 여기에 양파, 당근, 마늘을 넣고 뭉근하게 끓이면 물 한 방울 넣지 않아도 소스가 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양배추와 버섯도 잘게 넣었다.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더 먹이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끓이다 보면 토마토소스인지, 한때 유행한 마녀스프인지 경계가 흐려진다. 그래도 맛있다. 토마토만으로는 맛이 가벼워 토마토페이스트도 넣었다. 큰 냄비 가득 끓인 뒤 곱게 갈아두면 완성이다. 이 소스 하나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그대로 데워 치즈와 올리브유를 더하면 토마토스프가 되고, 차갑게 식혀 생채소를 올리면 냉스프 가스파초가 된다. 파프리카와 소시지, 버섯, 달걀을 넣으면 샥슈카 영어로는 에그인 헬이 되고, 피자 위에 바르면 피자소스가 된다. 고기를 넣으면 볼로네제, 크림을 더하면 로제소스가 된다. 냉동실에 나눠 담아두면 바쁜 날 한끼가 조금 쉬워진다. 그래서 토마토소스를 만들고 나면 늘 마음이 든든해진다. 냉동실에 담긴 소스 몇 통이 앞으로의 맛있는 메뉴를 책임져 줄 것 이기 때문이다. 붉은 고추 한 바구니, 매운 단맛이 되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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