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자칭 '정치 고관여층'이지만, 난 선거철이 싫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것도 인정하고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국민주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선거철의 '소란함'이 싫은 거다. 특히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면, 차라리 외국에라도 나가 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간만에 늦잠을 즐기는 주말인데도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는 후보자들의 차량 유세 소리에 놀라 잠이 깬다. 스피커 볼륨도 평상시보다 두 배는 더 크게 느껴진다. 후보자들이야 한 번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주민들은 돌림노래처럼 연이어 들어야 하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그들의 목소리엔 간절함이 가득하다. 잠결에도 그들의 절박한 호소를 듣노라면, 저러다 얼마 못 가 목이 쉬겠다 싶어 가여움마저 든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경쟁 후보의 차량이 겹칠 때면,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에 귀를 틀어막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후보자들의 차량 유세가 귀를 괴롭힌다면, 거리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은 눈을 어지럽힌다. 높은 빌딩 벽엔 초대형 현수막이 한 면을 다 덮고 있고,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마다 겹겹이 포개진 현수막이 하늘을 가릴 지경이다. 빨강과 파랑, 노랑, 주황, 남색 등 색깔마저 요란하다. 선거철 노변에 늘어선 가로수는 아예 현수막 게시용이다. 더는 내걸 곳이 없어 멀쩡한 통행로를 가로막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원재료인 나프타의 공급 부족 사태를 걱정하는 상황임에도 현수막이 범람하는 풍경은 여느 선거 때와 별반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공약보다 이름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이유 어딜 가나 발에 치이는 후보자들의 명함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얼굴과 이름이 박힌 명함을 무심히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후보자들이 모르지 않을 텐데도,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그 수가 늘어만 간다. 버려지는 바로 옆에서 나눠주는 풍경이 그로테스크할 따름이다. 후보자들의 명함은 차라리 쓰레기다. 크기도 작은 데다 비 온 뒤에 물기라도 묻을라치면 바닥에서 잘 떼어지지도 않는다. 차도 위에 나뒹구는 명함이야 다음날 새벽녘 청소차에 의해 치워질 테지만, 인도 위의 것들은 따로 줍는 사람이 없어 '자연 소멸'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