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버스에 있던 것들 중 하나야." "기네스를 부어 버려야겠네." 펍 한쪽, 맥주를 마시던 남자들이 경멸의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시선에 들어온 사람은 한 젊은 여인. 20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펍에 있는 이들과 외모와 말투가 다르다. 그녀는 얼마 전, 시리아 내전으로 고향을 떠나 가족과 함께 영국의 더럼으로 이주한 난민이었다. 버스가 들어오던 날, 한 무리 남자들의 거친 행패로 부서진 카메라 수리를 위해 도움을 청하러 이곳에 들어서던 중이었다. 펍의 주인은 난동을 피우는 무리를 자제 시키고, 짐을 옮겨주며 난민들을 도와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60대 초반, 선한 얼굴이었지만 그는 어딘가 지치고 우울해 보였다. 그녀는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으나, 그에게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인에게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말로 위로를 건네며 돌려보냈다. "술 파는데 들어와도 되나?" "저것들 남들 안 볼 때는 별짓 다해." 문을 나서는 그녀를 보며, 사람들은 마치 벌레를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혐오의 말들이 난무하는 그들 앞에는 잉글리시 비터가 밝고 아름다운 갈색을 빚어내고 있었다. 부자 나라, 가난한 동네 2023년 개봉한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는 켄 로치(Ken Loach)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켄 로치는 평생 스크린으로 소외된 노동자 계급과 가난한 이들의 삶을 대변해 온 영국 영화계의 거장이며 양심으로 불려 온 감독이다. 그는 아일랜드 내전 속 형제의 비극을 그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과 심장병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노동자를 통해 영국 복지 문제를 비판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나의 올드 오크>는 한때 광산으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마을에 시리아 난민들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적대와 갈등,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희망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유일하게 남은 펍, 올드 오크를 중심으로 펍 주인 TJ와 영어를 할 줄 아는 유일한 시리아 난민, 야라를 통해 전개된다. 과거 석탄 광산으로 부유했던 영국 북서부 도시 더럼. 하지만 이 마을은 1980년대 정부의 구조조정과 이에 저항하는 파업으로 황폐해졌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뒹굴고 아이들은 굶주림에 시달린다. 주민들의 유일한 낙은 올드 오크에 모여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것뿐.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난민까지 들어오고 집값까지 폭락하니, 주민들의 심기가 좋을 리 없었다. 영화 속 삶은 우리가 아는 선진국 영국의 모습이 아니다.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 쓰러지고 아픈 사람들은 치료비가 없어 눈물 짓는다. 주민들은 난민들을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붓지만, 사실 그들 또한 국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또 다른 난민'이었다. 하지만 그런 비참한 현실 속에서 연민의 시선을 잃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올드 오크를 지켜온 TJ는 묵묵히 그리고 기꺼이 난민들의 손을 잡아준다. 심지어 매장에서 폄훼와 차별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기도 했다. 야라가 용기를 내어 TJ를 찾은 이유도, 이런 그의 품성을 알아차렸기 때문 아니었을까.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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