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6월을 목전에 두고 벌써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더위. 올여름은 또 얼마나 혹독하려나 걱정이 앞서다가도, 되려 이 계절에 어울리는 오래된 카메라 하나를 떠올리니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뭉게구름이 새하얗게 피어오른 파란 하늘, 싱그러움이 짙어지다 못해 눈이 시린 초록의 풍경들. 그리고 그 찬란한 계절 속으로 대책 없이 뛰어든 청춘의 이마에 맺힌 송골송골한 땀방울. 마치 오래된 청춘드라마의 한 장면을 베어 문 듯한 설렘이, 이 작은 플라스틱 기계 하나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완구의 탈을 쓴, 황야의 오리지널 카우보이 처음 이 녀석을 손에 넣었을 때, 머릿속을 스친 이름은 당연히 토이카메라의 대명사인 로모(Lomo) 사의 '액션샘플러'였다. 문방구 장난감 코너에서나 볼 법한 완구 같은 몸체에, 전면에 조르륵 박힌 4개의 눈이 영락없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본 검은 바디 위에는 낯설고 이질적인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제조사명은 '셀비(Selby)', 그리고 모델명은 '리볼버(Revolver)'였다. 그 이름을 가만히 읊조리는 순간, 마음속으로 무릎을 탁 쳤다. 4개의 렌즈를 나란히 배치해 두고 권총의 이름을 붙여주다니, 참 낭만적인 작명 센스다. 렌즈 주위의 둥근 실루엣을 보고 있자니, 서부 개척 시대를 낭만으로 물들였던 콜트 권총의 회전식 탄약집이 겹쳐 보였다. 영락없는 카우보이의 무기다. 알고 보니 이 녀석은 우리가 흔히 아는 로모사의 액션샘플러보다 세상의 빛을 먼저 본 선배였다. 세상의 기묘하고 재미있는 카메라들을 수집해 자신의 이름으로 개명해 주던 로모사의 수완도 영리하지만, 역시 오리지널이 풍기는 묵직하고 외로운 멋은 흉내 낼 수 없는 법이다. 아날로그 태엽이 만들어내는 90년대판 '움짤' 이 독특한 눈을 가진 리볼버는 셔터를 누른다고 해서 4개의 눈이 동시에 번쩍 뜨이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그저 평범하고 정직한 입체 카메라에 그쳤을 것이다. 이 녀석은 황야의 카우보이가 바람을 가르며 속사를 퍼붓듯, 아주 미세한 시간의 틈을 두고 한 프레임씩 세상을 조각내어 담아낸다. 1초를 넘지 않는 짧은 서사를 4등분 하여 필름 한 칸에 순서대로 박아 넣는 방식이다.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