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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가능케 하는 환상[내가 만난 명문장/강보원] | Collector
삶을 가능케 하는 환상[내가 만난 명문장/강보원]
동아일보

삶을 가능케 하는 환상[내가 만난 명문장/강보원]

“난 벌써 떠났는걸.”―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 중존 그래디는 코맥 매카시의 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에서 말을 사랑하고 목장 일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여기는 열여섯 살 소년이다. 그는 어머니 소유의 목장을 상속받지 못하게 되자 목장에서 일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친구 롤린스와 함께 멕시코로 떠난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이 자란 마을을 떠나는 존에게서 우리는 자유가 어떻게 필연의 모습으로 외양하는지를 본다. 그가 받아들인 자신의 운명 속에서 그의 떠남은 어떤 선택조차 아니다. 그 운명 속에서 존은 이미 떠나 있다. 만약 내가 이미 떠나 있다면, 내가 떠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존이 다다르고자 하는 곳은 삶과 삶의 의미가 일치할 수 있는 터전이다. 이 터전에서 노동은 하나의 소명이 된다. 말이나 소를 돌보며 사는 것은 매일매일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존은 바로 그 일을 사랑한다. 즉, 소명은 우리의 삶에 가장 필요한 두 가지, 돈과 의미를 모두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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