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or
"스머프 마을 같아요"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곳 | Collector
오마이뉴스

"스머프 마을 같아요"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곳

일본 여행의 마지막 날. 5월의 봄 햇살은 유난히 맑고 투명하다. 3박 4일 내내 날씨는 놀라울 만큼 쾌청했고, 여행의 끝자락까지도 아쉬움을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마지막 코스는 시라카와고 합장촌마을이다. 산간 오지 마을이면서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세계문화유산 마을 중 하나라 하니 기대가 크다.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문득 우리나라 민속촌과 비슷한 분위기일까 하는 생각도 스친다. 가나자와 숙소 앞에 전세버스가 조용히 대기하고 있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고, 버스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부드럽게 출발한다. 도시의 거리는 빠르게 뒤로 물러난다. 낮은 건물들과 정돈된 도로,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 창밖으로 흘러가듯 지나간다. 버스 안은 조용하다. 각자의 시선은 이미 바깥으로 향해 있다. 첩첩산중 지나 마주한 동화 속 마을 도심을 벗어나자 풍경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논이 넓어지고, 산의 윤곽이 가까워진다. 하늘은 더 크게 열리고, 공기는 조금 더 맑아진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다. 무논의 모내기는 대부분 끝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연둣빛 물 위로 가지런히 심어진 모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도시의 끝과 자연의 시작이 맞닿는 경계에서, 봄이 조용히 완성되고 있는 듯했다. 버스는 많은 터널을 지나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선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풍경이다. 겹겹이 쌓인 산등성이 사이로 하얀 구름이 낮게 걸려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정성 들여 그린 한 폭의 산수화처럼 다가온다. 히다 산맥의 깊은 계곡으로 들어서자 도로는 구불구불 이어지고, 한쪽에는 가파른 산이 벽처럼 서고 다른 한쪽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터널을 지나면 또 다른 계곡이 펼쳐지고, 다시 숲이 길을 감싼다. 버스는 산을 따라 천천히 그러나 쉼 없이 나아간다. 어느 순간부터는 도시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고, 남는 것은 산과 물, 그리고 하늘 뿐이다. 마지막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시야가 확 트인다. 그리고 계곡 안쪽에 조용히 자리한 시라카와고 합장촌이 모습을 드러낸다. 초가 지붕들은 손을 모은 듯 하늘을 향해 서 있고, 마을은 산에 둘러싸여 낮게 내려앉아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이상하리 만큼 안정된 풍경이다. 버스 안에서 작은 감탄이 번진다. "여보, 저것 좀 봐요. 꼭 만화 속에 나오는 스머프 마을 같지 않아요?" 옆자리에 앉은 아내가 창문에 바짝 다가서며 속삭인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 뾰족한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숲속 요정들의 마을이다. 누구는 카메라를 들고, 누구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본다. 박제된 과거가 아닌 살아 숨 쉬는 현재 마을에 내려 하천을 가로지르는 데아이바시(만남의 다리)를 걷기 시작하면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사실이 곧 드러난다. 이곳에는 현재 600여 가구, 1500여 명의 주민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면사무소와 우체국, 작은 파출소 같은 관공서들이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엄연한 삶의 행정 단위임을 보여준다. 창문에는 커튼이 걸려 있고, 마당에는 빨래가 널려 있으며, 누군가는 집 앞을 조용히 쓸고 있다. 이곳의 특별함은 주민들의 삶이 관광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합장집의 외형은 그대로 둔 채 내부를 개조한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이 골목마다 정겹게 손님을 맞이한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밥을 지어 팔고, 물건을 건네며 자신들의 전통을 일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이어간다. 관광은 그들에게 박제된 전시가 아니라, 마을을 지탱하는 살아있는 동력이다. 전체 내용보기

Go to News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