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오랜 시간 항공 승무원으로 일했던 내게 스타벅스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었다. 초록색 상징은 해외에서 자연스럽게 접했던 하나의 문화였다. 스타벅스는 작은 매장에서 출발해 전 세계인의 일상으로 스며든 성공 신화기도 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고, 커피 소비문화를 바꾼 기업. 한때 스타벅스 경영 철학과 기업 문화 열풍이 분 이유다. 스타벅스는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문화 아이콘이었다. 그렇기에 최근 스타벅스를 둘러싼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과 대응 과정을 바라보는 마음이 더 착잡하다. 시민들은 사건 자체에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분노했지만, 그 이후 보여준 태도와 대응 방식에서 더 큰 실망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이번 사태를 보며 궁금증이 하나 들었다. 정용진 회장은 사인인가, 공인인가. 소비재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국민이자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회사의 자세를 책임진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과 품질로만 소비자를 만나던 시대는 20세기다.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를 하고 싶어 한다.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처럼 착한 소비를 제시하지 못하면 역사라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정용진 회장은 그동안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여러 차례 자신의 반공(反共)적 견해를 밝혀왔다. 아슬아슬했다. 친구들과의 비공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느냐도 다 문제가 되는 세상인데 공개석상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걸 드러내는 건 인화물질을 지고 불 속으로 들어가는 일 아닌가. 어디서부터 이번 5.18 탱크 이벤트가 나왔을까 돌이켜보자. 정 회장은 특정 정치적 확신과 편향이 반복 발신해 왔다. 조직 구성원들은 그 메시지가 회사가 나아가도 괜찮은 방향과 신호라고 느낀다. 최고경영자의 편향된 사고는 조직 내 편향된 사고로 증폭되고 시간이 지나면 문화로 자리 잡는다. 주변엔 비슷한 사람들만 있었을 것이다. 반대 의견이나 비판적 시각은 자연스럽게 위축된다. 조직의 시야 또한 좁아지거나 필터 버블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사회 보편적 가치나 다수의 감정과 인식을 알지 못해 공감 능력이 약해진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사회적으로 비뚤어진 뭔가를 확신할수록 참모들은 침묵했을 것이다. 이것이 신세계 위기의 본질이다. 이번 사태 역시 단순한 '홍보 기획 실수'가 아니라 본다. 이후 대응을 보다 보면, 기업 수뇌부가 민심이 요구하는 문제가 뭔지 이해는 했는지 의심이 든다.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역사 인식이 없는 것 회장이 틀리니까 직원도 틀리고, 그 직원이 틀린 걸 회장이 사과하는 자리도 틀렸다. 정용진 회장은 사과문 발표 후반부 돌연 이 말을 꺼냈다.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이건 가해자의 사과가 아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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