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인간의 자존심은 돈, 이데올로기와 함께 스파이를 만드는 주요 동기 중 하나다. 조직이 자신을 몰라주거나 무시한다고 느끼며 복수심으로 적국의 스파이가 되기도 한다. 냉전 시기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블라디미르 베트로프가 대표적이다. 명문대 출신 엘리트 스파이였던 그는 미국과 소련 간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던 1965년 산업스파이 임무를 맡고 프랑스에 파견됐다. 당시 과도한 군비 경쟁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서방의 선진 기술이 필요했던 소련은 KGB에 ‘라인 X’라는 전담조직을 만들어 산업스파이를 양성했는데, 베트로프도 그 일원이었다. 그는 호황기 프랑스 파리에서 5년간 외교관 신분으로 스파이 활동을 하며 풍요와 향락을 만끽하고 복귀했다. 그런데 자본주의 생활을 맛본 그가 열악한 모스크바 환경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조직 내부의 차별이었다. ‘노멘클라투라’라는 공산당 특정 세력이 진급 등 혜택을 독점하면서 승진에서 계속 탈락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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