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보 진영은
오마이뉴스
지난 3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 중 서울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결과는 구청장 선거다. 더불어민주당 구청장은 25곳 중 17곳을 이겼다.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51~54%에 머무른 자치구들에서 같은 당 구청장 후보들은 1만~2만 표씩 정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노원에서 정원오와 구청장 후보의 표차가 약 2만 2500표, 중랑이 약 1만 9000표, 성북이 약 1만 5200표였다. "2030이 극우화됐다", "청년이 민주당을 떠났다"는 납작한 진단으로는 이 교차투표를 설명할 수 없다. 청년이 정말로 민주당을 버렸다면 구청장에서 민주당이 17곳을 이긴 걸 설명하기 어렵다. 진단이 납작하면 처방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75.3%의 남성이 투표한 것을 정확히 진단해 보자. '2030 남성 극우화'로만 이번 선거 결과를 진단하기에는 두 가지 지점이 잘못되었다. 첫째, 수도권과 지방권 청년을 하나로 생각하는 문제다. 수도권 청년들은 경쟁 심화와 정착 여건 미흡으로 고생한다. 정부와 어른은 말로는 거든다고 하는데 손에 잡히는 게 많지 않다. 지방 청년은 일자리·미래가 빠져나가며 파이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이고, 그래서 강한 지도자상을 열망한다. 대구에서 홍준표 팬덤을 추경호가 흡수하지 못하고 김부겸이 흡수한 것이 그 증거다. 둘째, 청년 문제의 뿌리를 보지 못했다. 젠더 갈등은 청년 분노의 원인이 아니라 표현형이다. 뿌리는 자원 배분의 불안, 자산 사다리의 박탈, 분배 질서에 대한 신뢰 붕괴다. 청년이 분노하는 이유는 젠더 때문 만이 아니다. 청년이 분노하는 세 가지 먼저 짚어둔다. 이하의 진단은 청년의 인식이 옳은가를 따지지 않는다. 옳든 그르든 청년이 그렇게 체감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체감이 표심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룬다. 첫째, 기회상실공포(FOMO, Fear Of Missing Out), 자산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감각이다. 10년 전 2~3억 하던 노원·도봉·강북의 국민주택 평형 아파트가 지금 15억이다. 코스피 8천 시대가 와도 종잣돈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청년은 자기 임금 곡선으로는 자산 곡선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한다. 여기서 청년은 무얼 볼까. 사다리를 걷어찬 세력이 민주당과 그 지지층 4050이라는 사실이다. 이 체감 위에서 "민주당은 임대주택만 좋아한다, 청년을 영원한 세입자로 묶어두려 한다"는 보수의 프로파간다가 귀에 꽂힌다. 이 인식이 있는 한, 민주당이 아무리 좋은 거주 중심 주택 정책을 내놓아도 닿지 않는다. 정책이 나빠서가 아니라 발신자를 믿지 못해서다. 둘째, 계층상승의 꿈, 우리도 역사의 주역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지금의 10대, 20대, 30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위로금이나 임대주택이 아니다. '역사의 주인', '경제적 자유', '우리도 기득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다. 자조와 분노 아래에 깔린 것은 사실, 한 번쯤 주역의 자리에 닿고 싶은 야망이다. 이 욕망이 86세대에 대한 강한 반발과 한 짝으로 묶인다. 청년의 눈에 86세대는 이미 역사의 주인이 되어본 사람들이다. 민주화 운동, 정치권력, 부동산 자산의 주인이다. 그래서 청년은 86세대가 입에 올리는 거의 모든 말, 즉 공동체, 연대, 분배, 정의 등을 기득권의 말로만 듣는다. 진보의 분배 의제 하나하나가 더 성장하고픈 청년의 자아를 정확히 거스른다. 물론 이 사고방식이 허위의식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객관적 이익이 아니라 주관적 욕망을 따라 움직이고, 표심도 그 욕망을 따라간다. 청년이 보수에 표를 주는 것은 보수가 더 많은 분배를 약속해서가 아니라, 보수가 청년의 꿈(그것이 환상일지라도)에 충실히 응답하기 때문이다. 또는 힘 있는 진보가 그 꿈을 무시하는 것 같으니 보수에 표를 준다. 셋째, 기득권의 위선이다. 청년이 조국과 유시민에게 강한 비토를 보내는 진짜 이유는 한 가지다. 청년 눈에 이들은 대학교수이자 유명 작가이자 정치인이다. 누가 봐도 오피니언 리더, 지도자층이다. 그런데 이들은 여전히 자신을 약자로, 투사로, 거대 악에 맞서는 비주류로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관찰을 보태야 한다. 지금의 청년은 두 종류의 어른상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한쪽에는 산업화 세대의 강한 마초가 있다. 큰소리치고, 명령하고, 결과로 보여주는 어른. 청년들은 그들을 두고 시대착오적이지만 적어도 거짓말은 안 하는 사람들이라 느낀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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