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오전 8시 반이 다 되어가는 시간, 교문에서 뛰라며 다그쳐도 아이들의 걸음걸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느긋하기만 하다. 오늘은 고등학교에 올라온 뒤 처음으로 모의평가를 치르는 날이다. 8시 40분에 1교시 시험이 시작되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들 만사태평이다.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1교시 시작 10분 전을 알리는 예비령이 울린다. 지각한 아이의 책상 위엔 이미 두툼한 국어 영역 시험지와 오엠아르 답안지가 놓여 있다. 그제야 시험일인지 알았는지 쭈뼛거리며 가방을 열어 주섬주섬 필기도구를 꺼내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등학생 같다. "선생님, 학교 번호가 뭐예요?" "필적 확인란에는 뭘 적는 건가요?" "컴사(컴퓨터용 수성 사인펜)를 안 가져 왔는데, 어떻게 하죠?" "수정 테이프는 빌려 쓸 수 있나요?" "시험을 볼 때 간식을 먹으면 안 되나요?" 조용해야 할 교실이 아이들의 질문에 소란스러워진다. 여태껏 단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시험 용어들이 낯설고, 시험일인데도 '컴사'조차 챙겨오지 않은 아이들이 여럿이다. 시작 전 오엠아르 카드에 이것저것 마킹하느라 쩔쩔매는 그들에게 감독교사는 순간 '유치원 선생님'이 된다. 1교시 본령이 울리고 왁자지껄했던 교실은 이내 차분해진다. 이따금 펜 떨어뜨리는 소리와 시험지 넘기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의 일그러지는 표정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느낀다. 시험지의 한 면을 가득 채운 지문의 분량에 하나같이 놀란 표정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든다.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거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든다. 그만큼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수능 시험장이라면 따질 게 많겠지만, 얼른 다녀오라고 토닥여준다. 1교시에만 24명 중 7명이나 됐다. 잠든 아이들이 태반인 2교시 시험시간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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