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기 취활’ 어디까지 빨라지나...대학 1학년도 기업 설명회? [와쿠와쿠 도쿄]
서울신문

일본 ‘조기 취활’ 어디까지 빨라지나...대학 1학년도 기업 설명회? [와쿠와쿠 도쿄]

인턴부터 시작되는 ‘사전 채용’…취활 시계 앞당기는 일본 #지난 18일 일본 교토에서는 대학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취업 준비 행사가 열렸습니다. 취업 시즌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기 쉬운 학년이지만 행사장은 학생들로 북적였습니다. 안내문에는 “선배의 50% 이상이 대학 3학년 4월 이전에 취업 준비를 시작했고, 75% 이상이 3학년 여름까지 인턴십에 참여했다”며 “이 행사에서 취업 준비를 시작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일본 대학생들의 취업 전선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대학생 취업 준비를 ‘취활(就活)’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기업 설명회가 시작되는 시기부터 면접 일정까지 일정한 ‘취활 시즌’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식 일정만 보면 비교적 단순합니다. 기업 설명회는 대학 3학년 3월에 시작되고 본격적인 채용 면접은 4학년 6월부터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실제 취활은 이보다 훨씬 앞서 시작됩니다. 기업 설명회가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사실상의 ‘사전 채용’이 진행되고 있거든요. 이는 외국계기업을 비롯해 많은 기업이 인턴십을 통해 학생들을 미리 접촉하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공식 일정은 존재하지만 실제 취활은 그보다 훨씬 먼저 시작되는 셈입니다. 조기 취활의 배경에는 일본 사회의 만성적인 구인난이 자리합니다. 기업들은 인재 확보 경쟁 속에서 우수한 학생을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하려 합니다. 일본 취업 일정이 점점 앞당겨지는 이유인거죠. 이처럼 취활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취업 지원 업체 아바바 조사에서 2026년 졸업 예정자의 54.3%가 취업 과정에서 우울감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준비 기간이 길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40%)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조기 취활에 따른 부담은 기업과 대학에도 번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인재 확보 경쟁 속에 채용 비용이 늘고, 대학은 학생을 반복적으로 불러 모으는 과정에서 학업 공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취활 시기를 늦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취업 실적이 학생 모집의 핵심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립대는 졸업생 취업률이 정부 재정 평가에도 반영됩니다. 한 국립대 교수는 “취업 실적이 떨어지면 연구비에도 영향을 준다”며 “대학이 점점 취업 예비학교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 역시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029년 졸업 예정자부터 취업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취활이 크게 앞당겨진 현실을 고려하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한국 역시 공식적인 취업 일정은 없지만 대학 1학년 때부터 사실상의 경쟁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취업 부담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출산 등 만성적인 구인난 속에서도 취업 경쟁은 완화되기보다 오히려 앞당겨지고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역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와쿠와쿠’(わくわく)는 일본어 의성어로, 무언가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아 들뜨고 기대되는 느낌을 표현할 때 쓰입니다. 도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본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역동적인 현장을 연재합니다. 화려한 뉴스의 이면,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일본의 또 다른 표정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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