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사내 공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이유로 전 사업장에 ‘차량 10부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26일 “야근할 때 보면 사무실 불이 층마다 환하게 켜져 있다”면서 “정작 야근을 줄이자는 얘기는 없고 차만 못 끌고 오게 하니 보여주기식 절약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늘리는 게 오히려 훨씬 효과적인 절약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와 공공기관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들도 잇따라 ‘절약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이날부터 국내 모든 사업장에 차량 10부제를 도입하고, 사용하지 않는 공간의 조명을 절반만 켜는 등 에너지 절감 조치를 시행했다. SK도 전 계열사 차량 5부제를 시행하고, 일부 계열사에서는 엘리베이터 격층 운행이나 저층 이용 제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상징적인 조치만 늘어난 것 아니냐”, “직원 몇 명 차 못 몰게 하는 것보다 훨씬 큰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두는 느낌”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기업 전력 사용의 대부분이 공장 가동이나 데이터센터, 서버실에서 발생하는 만큼 차량 부제나 소등 캠페인이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B씨는 “출장은 그대로인데 차량 운행만 줄이라고 하니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불필요한 출장을 줄이는 게 에너지 절약에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공무원 C씨는 차량 제한 방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존에는 하이브리드차와 경차가 5부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조치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C씨는 “전주는 대중교통이 촘촘하지 않은데 차량 제한이 늘어나 당황스럽다”면서 “결국 청사 주변 골목마다 ‘꼼수 주차’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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