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앞두고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전미비평가협회상 수상
서울신문

제주 4·3 앞두고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전미비평가협회상 수상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제주 4·3을 일주일 앞둔 지난 26일(현지시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s) 소설 부문에서 한국 작가로 처음 수상했다.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영어 제목 ‘We Do Not Part’)는 제주 4·3의 상흔을 문학의 언어로 되살려낸 작품으로 역사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1975년 출범한 협회상 사상 번역 작품이 소설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영어권 번역 문학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는 미국에서 번역서로, 도서 평론가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4년 김혜순 시인은 한국 작가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에서 수상한 적이 있으며 시 부문에서 번역 작품이 선정된 것도 이 때가 처음이었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에 앞서 이 작품으로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과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같은 작품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까지 거머쥐면서 세계적 거장임을 입증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강 작가는 역사적 비극이 남긴 인간 내면의 상처를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문장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한국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와 그의 친구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인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경하는 어느 날 사고를 당해 입원한 인선의 부탁을 받고 그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게 된다.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가 환상 속에서 4·3 피해자인 인선 어머니의 아픈 과거사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한강 작가는 단순히 비극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이 감당해야 했던 침묵과 상실, 그리고 끝나지 않은 애도의 시간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룬 이 작품은 동시에 미학적 성취도 인정받았다.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을 당시 한림원이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비중 있게 논평한 작품도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한강은 2024년 12월 7일 스웨덴 한림원 강연에서도 이 작품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평생에 걸쳐 고통과 사랑이 같은 밀도와 온도로 끓고 있던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는 묻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우리의 한계인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번 수상으로 한강 작가의 후속작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 그의 최근작은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산문집 ‘빛과 실’이다. 2025년 4월 나온 이 책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을 포함해 미발표 시와 산문, 정원 일기 등 총 12편의 글이 실렸다. 한강의 차기작인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언제 나올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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