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지난 6일 오전, 세종시 한두리대교 아래 세종보 농성장 터. 참가자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 자갈밭 위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족제비의 배설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야생동물의 흔적일 뿐이겠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사람들이 머물던 공간이었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기 위해 천막을 치고 700일 동안 밤낮을 지켰던 자리였다. 폭염과 장마, 한파를 견디며 강을 위해 버텼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장소였다. 그런데 이제 그 자리에 족제비가 나타났다. 가장 반가운 변화였다. 사람들이 지켜낸 공간을 야생이 다시 점유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이 마련한 '강이 돌아오고 있다, 세종보와 합강습지에서 생명을 찾다' 현장 탐방에 참여한 시민 30여 명은 이날 금강의 현재를 만나기 위해 세종보와 합강습지(세종시 합강공원 인근)를 찾았다. 농성장은 사라졌지만, 흔적은 남아 있었다. 강변에는 작은 돌탑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돌마다 누군가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강물은 흘러 가야 한다", "흘러라 강물아" 손바닥만 한 돌들 위에 적힌 문장들은 바람과 비를 견디며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다시 흐르기 시작한 금강의 변화 700일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 누군가는 천막을 지켰고, 누군가는 주말마다 현장을 찾았다. 누군가는 먼 곳에서 후원금을 보내고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그렇게 이어진 시간이 아니었다면 지금 눈앞의 풍경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참가자들은 자갈밭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흰뺨검둥오리 여러 마리가 자갈밭에 잠시 쉬고 있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도 자갈밭을 오가며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몸집의 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경계하면서도 이내 자갈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흰목물떼새는 모래톱과 자갈밭에서 번식하는 새다. 세종보가 담수되던 시절에는 이들의 서식지가 물속에 잠겨 버렸다. 강은 있었지만, 새들이 살아갈 공간은 사라졌다. 참가자들은 혹시 둥지가 있을까 조심스럽게 살폈지만 이날 둥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4대강 사업 이전의 금강은 모래톱과 여울이 살아 있는 강이었다. 하지만 보가 들어서고 물길이 막히면서 강은 정체되기 시작했다. 녹조가 발생하고 강바닥에는 펄이 쌓였다. 흐르던 강은 거대한 호수처럼 변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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