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태평양 돌핀스를 매입해 리그에 참여한 1996년부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 시작해 1998년부터 2004년 사이에 4번 우승을 차지한 현대 유니콘스는 한국야구 역대 최강의 팀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시절에 심지어 삼성마저 돈 싸움으로 압도해 버린 무지막지한 투자를 통해 국가대표급 선수단을 구축한 현대는 3명의 선발투수를 공동 다승왕 자리에 앉힌다거나 홈런왕, 타격왕, 타점왕을 동시에 배출한다거나 하는 진기록들을 세우며 7할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승률로 리그를 초토화하곤 했다. 그런 거대한 왕조의 도읍으로 삼기에 인천이 너무 좁게 느껴진 그들은 마침내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하겠다며 말없이 떠났고, 팬들은 그 일을 '야반도주'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팀의 퇴장은 등장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현대전자의 부도로 시작된 그룹의 자금 위기에 대북송금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른 총수 정몽헌 회장의 죽음이 덮쳤고, 한때 총수 일가의 총애를 받던 야구단이 발등에 불 떨어진 그룹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결국 돈의 힘으로 세운 제왕 히어로즈는 돈이 없어 서울 입성이 좌절된 채 수원야구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해야 하는 민망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망한다는 말이, 야구장에서 회자되게 만든 것이 그들이었다. 결국 모기업의 자금 지원이 모두 끊어져 버리고 비생산적인 부문들을 정리하라는 채권단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유니콘스는 매물로 나왔지만,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십여 년 전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할 때 470억 원으로 책정되었던 가격은, 4개의 우승 트로피까지 얹혀졌음에도 불구하고 0원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깊은 골짜기는 간신히 지나고 있었지만, 여전히 연 관중 300만 명을 채우기 빠듯했고 TV 야구 중계도 주말 오후에 간신히 두세 경기 이루어지다가 저녁 뉴스 시간이 되면 중단되던 시절이었다. 4회 우승의 명문구단, 가격은 공짜 자본금 5000만 원의, 거의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다시피 하던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생소한 투자회사가 프로 야구단을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다. 그나마 유니콘스가 공중분해 되면서 7개 구단 질서로 회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지중지 적립해 두었던 기금마저 모두 소진해 버리며 부실 상태 직전까지 몰려있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리그 가입금이라도 내겠다고 나선 그들에게 현대 유니콘스의 유산을 거저 넘겨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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