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하우스갤러리 2303*에서는 맹일선과 박근호의 2인전 '다다르려는 마음'이 진행 중이다. 전시 작품에서 눈앞의 대상에 다가가려는 두 작가의 곡진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실 한쪽 벽에 걸린 라임색 조형물( )이 눈에 띈다. 둥근 형태가 사람의 귀나 커다란 콩을 연상시킨다. 옆에는 검은색 오브제들이 날렵하게 그려진 그림이 나란히 걸렸다. 곡선의 밝은 조형물과 어두운 오브제 그림이 대비를 이룬다. 전자는 필라델피아에서 스튜디오 스퐁(Studio SPONG)을 운영하며 목공 작업을 하는 박근호 작가의 작품이다. 후자는 안동에서 그림을 그리는 맹일선 작가의 것이다. 맹일선의 '정물 느와르', 제약과 실패로 빛나는 검은 오브제 맹일선 작가는 어린 시절 앓은 질병으로 오른쪽 시신경이 손상되었다. 왼쪽 눈으로만 볼 수 있어 대상을 보는 시야가 제한적이다. 그로 인해 보이는 쪽의 이미지를 대칭으로 반영해 보이지 않는 쪽의 이미지를 짐작하는 습성이 생겼고, 이는 작가가 대상을 파악하는 고유한 방식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습관을 알아챈 뒤 그는 '본다'는 감각에 더 집중했다. 눈앞의 사물을 완벽한 대칭으로 표현하는데 강박적으로 몰두했다. 그러기 위해 대상의 오른쪽만 그린 뒤 종이를 회전시켜 나머지 부분을 대칭이 되도록 그리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림 속 오브제는 완벽한 대칭에 다다르지 못한다. 작가는 이러한 실패를 눈속임하기 위해 단순한 도형에 장식성을 더하거나 좌대에 올려놓는 시도를 한다. 작가의 강박은 표현 기법에서도 전해진다. 단단한 목탄을 날카롭게 다듬어 쓰기에 작가의 선은 정교하고 섬세하다. 하얀 도화지에 검게 그려진 오브제의 외곽선은 검은 종이를 오려 붙인 듯 한 치의 오차 없이 곧게 뻗어 나간다. 밑그림이나 지우개 없이 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작가에게 선을 긋는 행위는 수행과 유사할 것이다. 현재 전시 중이 '정물 느와르' 시리즈 속 오브제는 상상의 산물이다. 스무고개를 하듯 관람객이 오브제의 정체를 상상하길 바랐다는 작가의 의도를 읽으면 단서를 찾기 위해 그림을 살펴보게 된다. 관람객이 오브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작가는 빛과 그림자 같은 외부적 요소도 제거했다. 희고 깨끗한 종이 위에서 검은 광채를 발하는 오브제들이 금방이라도 회전하고 미끄러지며 움직일 것 같다. 맹일선 작가의 그림은 흑백의 대비, 사물의 운동성과 짜임새 있는 구도로 강렬한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그런 그림 앞에서 내게 생생해지는 건 오히려 청각이다. 작가가 강박적으로 선을 긋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이 목탄이 종이를 긁어내는 소리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샥, 샥, 끼익, 샤샤샤샤샥…. 상상은 이렇게 이어진다. 관람객이 떠나고 어둠이 내리면 꼿꼿하게 서 있던 그림 속 오브제들이 영화 '토이 스토리' 속 장난감들처럼 긴장했던 자세를 풀며 숨을 내쉴 거라고. 하루 동안 마주했던 사람과 장면을 저희들끼리 속살거릴 거라고. 어느 순간엔 낮고 비밀스러운 대화가 그림에서 흘러나올 것 같다. 전체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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